나의 창업 스토리 - 수학에서 생명과학까지, 영재성英才性을 창업으로 꽃피운 여정旅程
posted: 19-Dec-2025 & updated: 22-Dec-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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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나는 현재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에 설립한 AI-Biotech 회사 에루디오바이오(Erudio Bio, Inc.)의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이고 한국지사 에루디오바이오코리아(Erudio Bio Korea)의 대표이사이다. 그리고 현재 Silicon Valley에서 사업가, 투자자, 엔지니어, 과학자, 언론인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멤버로 갖고 있는 Silicon Valley Privacy-Preserving AI Forum(일명 K-PAI)의 창립멤버이자 리더이다. 그 외에도 74년 역사의 비영리단체 Salzburg Global Seminar의 KFAS-Salzburg Global Leadership Initiative Fellow, 대한한의사협회 인공지능 TF 자문위원과 서강대학교 전자공학과 방문교수, 대구경북과학기술대학(D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자문교수, 그 외 다수 기업의 자문도 맡고 있다. 그리고 올 한해만 인공지능 및 Biotech 관련 특강, 세미나, 기업 기술자문 등을 50여 회 하였다. 그리고 최근 Erudio Bio는 게이츠 재단(Gates Foundation)으로부터 백만불 Grant를 받았다.
어린시절 - 근본적인 원인의 탐구
나는 내가 기억할 수 있는 어린 시절부터 수학을 좋아했다. 숫자들이 만들어내는 패턴, 문제를 푸는 과정의 논리적 아름다움—그것들이 내게는 놀이였다. 작게는 등하교 길에 내가 지나게 되는 계단의 개수의 패턴을 분석하기를 좋아하였고 국민학교 5학년 방학 때 탐구생활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완전수의 개념에 커다란 매력을 느끼곤 하였다. 또 한편으로는 우연히 다니게 된 동네 컴퓨터 학원에서 배운 Apple II 컴퓨터 상에서의 BASIC 언어에 소질을 나타냈고 당시 서울시 대회에 출전하기도 하였다.
나의 중학교 시절은 나름 평범하였다. 그런데 사회, 지리, 역사 같은 암기 과목에는 소질이 없어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 꽤나 힘들게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단순히 사실을 기억하는 것보다, 패턴을 발견하고 연결하는 것에 더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 한참 지난 나중에 역사 과목도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고 패턴을 파악했다면 내게 좀 더 친숙하게 다가왔을지도 모르겠다는 걸 일본 여류 작가 시오노 나나미가 쓴 역작 로마인 이야기를 읽으면서 깨달았다. 그러나 어린 나이의 내가 그러한 과목들이 철저히 암기과목화 된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 안에서 스스로 그런 사실을 깨닫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나의 뇌는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을 단순히 외우는 것을 거부했던 것 같다. 이것은 빠른 시간 안에 성적을 올리는 데는 분명 불리했지만 일단 어떤 주제를 이해하고 나면, 나는 표면적인 지식이 아니라 그 근본까지, 뿌리까지 파고들었다. 왜 그런지, 어떻게 연결되는지, 무엇에 쓸 수 있는지—단순한 암기가 아니라 깊은 이해를 추구했다. 아니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돌이켜 보면 나는 그런 성향을 타고 났던 것 같다. 중학교 암기 중심 교육 시스템에서 이것은 단연 약점이었다. 빠른 시간 안에 좋은 성적을 받기에는 매우 불리한 조건이었다. 하지만 서울과학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순간, 모든 것이 바뀌었다.
서울과학고등학교 – 인지적 도약
드디어 나는 내가 있어야 할 곳을 마침내 찾은 듯 했다. 암기가 아니라 이해를, 정답이 아니라 과정을, 결과가 아니라 “왜”를 묻는 교육. 수학과 과학을 사랑하고, 호기심으로 가득 차고, 밤새 한 문제를 붙잡고 씨름하는 것을 즐기는 친구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뒷받침 해 주셨던 선생님들. 그곳에서 나의 잠재력이 비로소 깨어났다. 그동안 억눌려 있던 나의 진짜 능력이 드디어 출구를 찾았다.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만들고,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접근법을 창조하고, 배우는 것이 아니라 탐구했다.
특히나 내가 원래 좋아했던 수학 영역에서 나는 커다란 인지적 도약(Cognitive Leap)을 경험하였다. 선행학습을 전혀 하지 않았던 나로서는 과학고등학교를 입학할 당시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수학올림피아드 클럽에 들어가서 재능 있고 뛰어난 친구들과 같이 공부하고 겨루고 배우며 내 수학 실력을 마음껏 갈고 닦을 수가 있었다. 내 안에 있었던 잠재력을 확인하고 놀라는 순간들이 한 두 번이 아니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상하다. 그 무엇보다 수학은 내게 즐거움 그 자체였다. 아직도 나는 어느날 수학책을 넘기며 내 머리 속의 풀이법이 다음 페이지에 나올 풀이법보다 뛰어나길 바라면 가슴 설렜던 기억이 있다. 수학 책을 넘기며 가슴 설레는 경험을 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대학 진학 시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공부는 수학이였고 두번째는 물리학 그리고 세번째가 전자공학이었다. 그러나 당시 담임선생님과 아버지의 진학지도를 따라 서울대학교 전기전자제어계측공학부에 입학하였다. 돌이켜보면 이 선택은 최고의 선택이었다. 대학 공부 중 알게 되었지만 나는 수학이라는 극단적으로 추상적인 학문을 좋아하는 동시에 이 세상에 실질적 변화를 만드는 일에서도 큰 기쁨과 보람을 느끼는 성향을 가진 사람이었다. 어린 시절 프로그래밍에 빠져들었던 것도 바로 이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켜주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공업 수학, 회로이론, 전자기학, 반도체 공학 등 소위 20세기 인류가 발명한 가장 위대한 기술인 반도체 기술과 거기서 파생된 다양한 학문을 배울 수 있었다는 것은 또 하나의 큰 행운이었다.
유학 – 불확실성 속의 선택
대학 4학년 유학을 준비하던 나에게 큰 문제가 있었다. 수학을 좋아하고 프로그래밍에도 아주 흥미가 많았고 전공 필수 과목에서는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받았지만 난 내가 특별히 하고 싶은 분야를 찾을 수 없었다. 모두는 아니지만 주위 동료들 중에는 이미 자신의 적성을 찾아 하고 싶은 세부 분야를 선택한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나는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당시 세계적으로 가장 “핫”한 학문은 디지털통신이었다. 그래서 6개의 대학에 지원서를 내면서 자기소개서(Statement of Purpose)를 쓸 때 나는 디지털통신에 관한 연구를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금 돌아보면 이것은 진정성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명확한 열정 없이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때로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한 걸음을 내딛어야 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듯 하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이렇게 명확하지 않은 출발이 결국 내가 진짜 사랑하는 분야로 나를 이끌었다.
스탠포드 – 운명적 만남
디지털통신은 전자공학 계열의 분야 중 가장 수학을 많이 쓰는 분야 중 하나이다. 정보이론(Information Theory)과 코딩이론(Coding Theory) 등이 그 핵심 기반을 이루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스탠포드에서 디지털통신 수업을 들어면서 나는 이 디지털통신도 나에게는 충분히 수학적이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원했던 것은 더 깊은 수학적 아름다움, 더 근본적인 원리였다. 그러던 중 나는 Stanford 전자공학과에서 수학을 하는 교수님을 만났다. 바로 Prof. Stephen Boyd! 그 순간,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1999년 겨울학기 어느 날 밤, 기숙사에서 교수님의 EE364: Convex Optimization 수업 숙제를 하고 있었다. 문제를 풀어나가면서 나는 깨달았다. 내가 평생 찾아 헤매던 것이 바로 이것이다. 수학의 엄밀함과 공학의 실용성이 완벽하게 만나는 지점. 내 가슴은 뛰었고, 나는 그 자리에서 교수님께 이메일을 보냈다. 다음날, 나는 Boyd 교수님 연구실에 합류했다. 마침 얼마 전 박사자격시험(Ph.D. Qualifying Examination)을 통과한 직후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Boyd 교수님의 첫 번째 한국인 제자가 되었다. 그리고 나의 박사학위논문 제목은 “Convex Optimization for Digital Integrated Circuit Applications”가 되었다. 내가 사랑하는 수학과, 내가 배운 반도체 공학이 하나로 만나는 순간이었다.
삼성반도체 – 이론을 실질적 변화로
2004년, 박사학위를 받은 직후 나는 내 주위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결정을 내렸다. 스탠포드 박사, Stephen Boyd 교수님의 제자라는 후광으로 학계에 남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삼성전자 반도체를 택했다. “왜 기업에 가느냐”는 질문을 수없이 받았다. 나와 같이 동문수학한 많은 동료들은 내가 이론에 능하고 학문을 사랑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끼 때문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명확한 이유가 있었다. 내가 배운 최적화 이론을 실제 반도체 설계와 제조 공정에 적용하고 싶었다. 이론이 현실의 문제를 만났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고 싶었다.
그리고 병역특례로 입사한 삼성 반도체. 그곳에서 12년간 나는 회로 설계 최적화 툴, 제조 공정 예측 시스템, 차세대 DRAM Cell Scheme 최적화 시스템, 그리고 범용 AI 최적화 플랫폼 ‘iOpt’를 개발했다. 특히 iOpt는 지금도 수많은 삼성 엔지니어들이 설계 최적화, 공정 최적화 등의 업무에 매일 사용하고 있다. 이 시기에 배운 가장 중요한 교훈은 좋은 기술이란 실제로 사용되는 기술이라는 점이다. 아무리 정교한 알고리즘이라도 현장 엔지니어가 쓸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이론과 실무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것—그것이 바로 엔지니어의 역할이자, 나중에는 창업가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이었다.
아마존 – 글로벌 스케일
2017년, 12년간의 삼성 생활을 마치고 나는 아마존으로 향했다. 그 무렵 실리콘벨리(Silicon Valley)는 AI라는 새로운 언어로 미래를 쓰고 있었다. 책과 기사를 읽으며 나는 확신했다—이것은 단순한 기술 트렌드가 아니라 패러다임의 전환이었다. 이 변화의 한가운데 서기 위해서는 선택지가 하나뿐이었다. AI 혁명의 진원지, 실리콘밸리로 가는 것. 그렇게 나는 가족과 함께 태평양을 다시 건넜다. 아마존에서 Senior Applied Scientist로서 내 미션은 명확했다. AI를 활용해 고객 경험을 개선하고, 실질적인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는 것. 내가 주도한 프로젝트 중 하나였던 Amazon Mobile Shopping App의 Main Menu Personalization을 통해 나는 딥러닝과 최적화 기법을 결합해 아마존에게 연간 2억 달러 이상의 매출 증대를 가져다 주었다. 아마존에서 배운 가장 큰 교훈은 속도와 규모였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완벽한 솔루션보다 빠른 실행이 중요하다. 그리고 좋은 아이디어는 수백만, 수천만 사용자에게 즉각적인 가치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배움은 따로 있었다. 속도와 규모를 가능하게 만든 것은 바로 기업문화였다. 이 깨달음은 내가 이후 창업하고 회사를 운영하는 데 실로 커다란 밑거름이 되었다.
가우스랩스 – 첫번째 창업
2020년, 나는 드디어 창업가의 길에 들어섰다. SK그룹이 스핀오프한 산업인공지능 스타트업 회사 가우스랩스(Gauss Labs)를 공동 창업하고 CTO 겸 글로벌 R&D 총괄을 맡았다. 회사 이름을 가우스로 정한 것도 우연이 아니었다—Boyd 교수님을 통해 내 학문적 계보가 닿는 그 위대한 수학자의 이름이었다. 가우스랩스는 산업 AI 전문 기업이었다. 제조업의 복잡한 문제들—불량 예측, 공정 최적화, 설비 유지보수—을 AI로 해결하는 것이 우리의 미션이었다.
창업 초기, 가장 어려웠던 점은 팀 빌딩이었다. 뛰어난 엔지니어를 찾는 것도 중요했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같은 비전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모으는 것이었다. 나는 “산업 AI 분야에서 글로벌 톱 티어가 되자”는 명확한 비전을 제시했다. 또 하나 배운 것은 고객의 진짜 문제를 이해하는 것의 중요성이다. 우리가 가진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고객이 실제로 겪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현장에 직접 가서, 제조 엔지니어들과 대화하고, 그들의 고충을 이해하는 것—그것이 성공적인 제품 개발의 시작이었다. CTO로서, 기술 리더로서, 나는 기술 비전을 제시하고 팀을 이끌면서도, 비즈니스 전략, 고객 관계, 투자 유치 등 회사의 모든 측면에 관여해야 했다. 그것이 창업가의 삶이었다. 나에게는 또 하나의 도전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실리콘밸리 미국 사무실을 운영하며 그곳에서 한국에서는 못 찾는 뛰어난 인재를 찾아 고용하는 일이었다. 동시에 본진이 있는 한국 사무실 양쪽의 R&D를 다 책임져야 하는, 즉, 멀티싸이트(multi-site) 오퍼레이션을 해야 했다. 힘든 만큼 커다란 배움이 있었다. 나중에 깨달은 것이지만, 그 시간 동안 나만의 차별화된 이론적 깊이가 실전에서 쌓은 산업계 통찰력, 비즈니스 감각과 만나면서, 이론과 실무 양쪽을 꿰뚫는 엄청난 통찰력으로 승화되고 있었다.
에루디오바이오 – 인류를 위한 AI 기술 혁명
2023년, 나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바로 인공지능-바이오테크 기업 에루디오바이오(Erudio Bio)의 공동 창업이다. 많은 사람들이 물었다. “왜 반도체와 제조업에서 갑자기 바이오로?” 하지만 내게는 명확한 이유가 있었다. 제약 산업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신약 개발의 90% 이상이 임상시험에서 실패한다. 약물과 인체의 상호작용이 너무 복잡해서, 초기 단계에서 충분히 검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십억 달러와 10년 이상의 시간을 투자해도 실패한다. 이것은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다. 그 시간 동안 치료받지 못하고 고통받는 환자들의 문제다. 이 문제를 AI로 해결할 수 있다면? 그것은 반도체 불량률을 1% 줄이는 것보다 훨씬 더 의미 있는 일이다.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에루디오바이오의 핵심 기술은 bioTCAD(biological Technology Computer-Aided Design)이다. 반도체 업계에서 사용하는 TCAD의 개념을 생명과학에 적용한 것이다. 우리는 동적 힘 분광법(Dynamic Force Spectroscopy)으로 측정한 고품질 분자 상호작용 데이터를 활용해, 동물실험 단계인 전임상에서 신약 설계를 더욱 신뢰할 수 있고 빠르게 만든다. 의약품 개발 비용을 낮추고 개발 기간을 단축함으로써, 새로운 저비용 치료법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저소득 및 중소득 국가(LMIC)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우리의 또 다른 혁신은 VSA(Versatile Smart Assay) 기술이다. 이것은 여러 바이오마커를 동시에 정확하게 검출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기존 다중화 진단의 핵심 한계인 교차반응성과 위양성 문제를 해결해 암 조기 진단의 정확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2025년, 우리는 게이츠 재단(Gates Foundation)으로부터 백만불 규모의 연구비를 지원받았다. 이는 우리 기술의 글로벌 보건 문제 해결 가능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특히 저소득 국가의 환자들을 비릇한 보편적 인류에게 저렴하고 정확한 진단 및 치료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것이 우리의 궁극적 목표다. 우리는 또한 스탠포드 의대, 하버드 의대, 아날로그디바이스 등 세계 최고의 기관들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 파트너십은 우연이 아니다. 나와 내 공동창업자가 반도체에서 쌓은 경험, 아마존에서 배운 AI 기술, 그리고 가우스랩스에서 익힌 산업 AI 노하우가 모두 합쳐진 결과다.
2025년 7월, 나는 한국 법인 에루디오바이오코리아를 설립하고 대표이사를 맡았다. 서울대학교 분당병원과 협력하여 한국인 특화 암 진단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인의 유전적, 환경적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진단 도구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승인 절차가 진행 중이며, 내년 안에 승인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유사한 협력을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 진단검사의학과와도 진행중이다. 반도체에서 전자상거래, 산업 AI, 그리고 이제 생명과학까지—겉보기에는 전혀 다른 분야들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하나의 일관된 흐름이 있다. AI와 최적화라는 도구를 사용해, 사람들의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창업가의 자유 – 역설적 여유
가우스랩스를 떠나 에루디오바이오를 설립하고 나에게 예상치 못한 변화가 찾아왔다. 분명 내가 하는 일은 기존보다 2~3배 이상 많아졌다. 결과와 성과를 기준으로 봤을 때 그랬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내게 시간적 심적 여유가 생겼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두 가지 정도의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을 듯 하다. 첫째, 내가 드디어 진정한 내 시간의 주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더 이상 9시 출근 5시 퇴근의 틀에 갇혀 있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내가 집중하고 싶을 때, 내가 원하는 일할 수 있었다. 이것은 단순한 시간 관리의 자유가 아니었다. 내 일과 삶의 흐름을 내가 설계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둘째, 드디어 온전히 내 상상력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누군가가 정해 놓은 방향이 아니라, 내가 기획하고 설계한 대로 사업을 이끌어갈 수 있었다. 내 비전을, 내 방식으로, 실현할 수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창업가만이 누릴 수 있는 진정한 자유였다.
나는 이 소중한 기회를 놓칠세라 십분 활용하기 시작했다. 나는 다른 회사들의 자문을 하기도 하고, 직장생활에 밀려 못 했던 수학, 공학, 통계, 철학, 인지과학, 역사 등의 분유에서 나만의 공부들도 하고, 스탠포드 대학, 서울대학교, 고려대학교, 연세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KAIST, 포항공대, 서강대학교, DGIST, KIST, SEOULTECH, 한양대학교 등에서 초청을 받아 인공지능 특강 및 세미나도 활발하게 진행하게 되었다. 2025년 한 해 동안 내가 진행한 인공지능 특강과 세미나의 횟수는 50회가 넘는다!
K-PAI – 사람을 연결하는 힘
이와 더불어 내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실리콘밸리 프라이버시 보존 인공지능 포럼(K-PAI: Silicon Valley Privacy-Preserving AI Forum)을 공동창립하고 리더가 되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한 AI 기술 포럼이었다. 그런데 1년도 안 되어 K-PAI는 실리콘밸리 AI 커뮤니티의 중심이 되었다. 이것은 내가 의도한 바도, 바랐던 바도 아니었다. 다만 나는 진심으로 이 모임을 의미 있게 만들고자 했다. 인공지능에 관한 전반적이고 포괄적인 주제를 다루려고 의도 했고, 그에 따라 훌륭한 연사들을 모셨으며, 사람들에게 특별하고 차별화된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하고자 비영리단체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려 노력했을 뿐이다.
그런데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들이 1년 안에 벌어졌다. 실리콘밸리 한국무역관(KOTRA Silicon Valley)에서 먼저 영속적인 파트너쉽 제안을 해왔고, 포럼 시작 수개월 만에 자발적 후원사가 나타났고 2026년은 상반기 6회 행사의 후원사가 모두 정해졌으며, KOTRA Silicon Valley, K-BioX, 한국 인공지능·집적회로 혁신센터 (K•ASIC: Korea AI & IC Innovation Center), 북가주 한인 변호사협회(KABANC: Korean American Bar Association of Northern California), 주샌프란시스코대한민국총영사관과 행사를 공동주최하기로 약속되어 있다. 출범한 지 1년 남짓한 신생 포럼 치고는 그야말로 놀라운 성과다. K-PAI는 명실공히 기술자, 창업가, 투자자, 엔지니어, 과학자, 언론인 등 다양한 분야의 리더들이 참여하는 매우 특별하고도 중요한 모임이 되었다. 지금 실리콘밸리의 한인 기술 커뮤니티에서 “AI”하면 “K-PAI”를 떠올린다. 내가 “K-PAI Person”으로 알려질 정도다.
K-PAI의 성공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진정한 커뮤니티의 힘을 보여준다. 나는 단순히 기술 세미나를 여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연결하는 생태계를 만들었다. AI 연구자는 투자자를 만나고, 창업가는 엔지니어를 찾고, 학생은 멘토를 만난다. 그리고 모두가 함께 배우고 성장한다. 또한 K-PAI는 실용적 가치에 집중한다. 단순히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최신 AI 기술 트렌드를 공유하는 것만이 아니다. 기술은 물론, 실제 비즈니스 기회, 채용 정보, 파트너십 가능성까지 논의한다.
K-PAI를 통해 나는 내가 정말로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기술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을 연결하고 의미 있는 대화를 만들어내는 것—그것이 내 또 다른 강점이었다. 그리고 내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K-PAI를 통해 만들어진 네트워크가 내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매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의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효과가 더 극적인 듯 하다. 이것이야말로 창업의 본질이 아닐까? 단순히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이고 가치를 창출하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
영재 학생들에게 - 나의 여정이 말해주는 것
첫째, 전문가보다 연결자가 되라
나는 수학자도, 과학자도, 풀타임 엔지니어도, 생물학자도 아니다. 하지만 나는 이 모든 분야를 연결한다. 최적화 이론을 반도체 설계에, AI를 전자상거래에, 산업 AI를 제조업에, 그리고 이제는 AI를 생명과학에 적용한다. 나의 강점은 한 분야의 깊이가 아니라, 몇몇 분야의 깊은 전문성을 기반(Anchor)으로 삼아 여러 분야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융합하고 통합하는 데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냄과 동시에 인류의 더 나은 미래에 기여한다. 앞으로 올 세상에서의 혁신은 분야의 경계에서 일어난다. AI와 생명과학의 융합, 반도체와 의료기기의 결합, 암호학과 프라이버시 보호의 만남!
둘째, 창업은 또 하나의 창조 행위다
많은 사람들이 창업을 단순히 돈을 버는 방법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나에게 창업은 창조 행위다. 가우스랩스를 만들 때, 나는 단순히 회사를 만든 것이 아니라 산업 AI라는 새로운 분야를 정의했다. 에루디오바이오를 통해 나는 AI가 생명과학과 만나는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깊은 수학적·이론적 토대, 현장에서 쌓은 실무 경험, 그리고 엔지니어로서는 드문 인문사회과학적 소양 및 지식, 경험을 이용해 세상 어떤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던 않을 그림을 그리고 있다. Lean Startup, Zero to One 등 창업자라면 누구나 읽어야 할 책들에서 알려주는 지침도 있고 업계에 통용되는 지침들도 있지만, 그리고 그것들이 매우 큰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나는 그것을 바탕으로 내 상상력을 발휘해 나만의 역량을 최대한 이끌어 내어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K-PAI를 만들 때, 나는 새로운 형태의 실리콘밸리 AI 생태계를 구축했다. 학문 연구도 창조 행위지만, 창업은 더 직접적으로 세상을 변화시킨다. 여러분의 아이디어가 제품이나 어비스가 되고, 그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람들이 사용하고, 그를 통해 사람들의 삶이 바뀐다. 따라서 그 과정 전체가 큰 책임감이 따르는 창조이다.
셋째,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라
보통 사람들이 나에 대해 가장 오해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내 인생의 여정이 순탄했을 거란 생각이다. 물론 겉으로는 충분히 그렇게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고등학교 때는 수학올림피아드 메달 획득 등 전국 대회에서 입상을 자주 했었고, 대학수학능력평가에서는 전국 15등을 했고, 서울대 차석 입학, 우등 졸업, 그리고 스탠포드 진학, 그 악명 높다던 스탠포드 박사학위자격시험을 석사 과정 시작 수개월만에 통과하고 직후 스탠포드 교수님들 중에서도 단연 천재로 이름이 알려진 Stephen Boyd 교수님 연구실에 최초의 한국인 제자로 조인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실제로 내 인생은 불확실성과 고뇌의 연속이었다. 전자공학을 공부하고 관련 연구를 하는 내내 한편으로는 이론을 사랑하고 또 한편으로는 프래그래밍에 푹 빠지는 나를 보면서 내 전공 선택이 적절했는가에 대한 고민을 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전공을 바꿔야 하나 고민을 한 적도 수 없이 많았다. 스탠포드 박사학위 취득 후 병역특례 케이스로 삼성반도체에 취직하려고 하였을 때 많은 선배들이 나를 말렸다. 미국에 남으라는 것이었다. 삼성을 떠날 때, 많은 사람들이 “안정적인 한국 최고 기업을왜 떠나냐”고 했다. 나는 12년 경력을 버리고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것이 두렵지 않았을까? 사실 두려웠다. 아마존을 떠나 가우스랩스를 창업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글로벌 빅테크 거인의 안정성을 버리고 스타트업의 불확실성으로 뛰어 든다는 것. 실패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다시 에루디오바이오를 시작할 때도. 반도체와 제조업에서 바이오로 완전히 분야를 바꾼다는 것.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했다.
각 단계마다 불확실성이 있었다. 실패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이 내 이성과 가슴이 오랜 장고 끝에 가리키는 방향으로 전진하는 것이 안정성보다 더 중요했다. 왜냐면 그것이 내 가슴을 뛰게 만들고 나를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가 되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도전들이 내게 가르쳐 준 정말 소중한 교훈이 있다. 도전은 내가 그 순간 원하고 바라는 것을 얻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진짜 이유는 그 시점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놀라운 선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을 제대로 배우려 아마존으로 향했을 때, 생각지도 못했던 선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실리콘밸리 빅테크의 선진 문화를 뼛속까지 체득하게 되었고, 인공지능 프로젝트에서 스케일의 중요성을 절절히 배웠으며, AI를 배우러 간 내게 소프트웨어 개발의 중요성과 수많은 기술들을 익힐 기회가 주어졌다. 가우스랩스에 합류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내 안에 깊이 잠재되어 있던 비즈니스 통찰력이 깨어났고, 수학적 깊이, 이론적 이해, 인문사회과학적 소양이 융합하며 새로운 경지에 이를 수 있었다. 에루디오바이오를 시작할 때 나를 기다리고 있던 선물은 더욱 놀라웠다. 내 시간의 진정한 주인이 되었고, K-PAI라는 새로운 생태계를 창조하게 되었다. 바이오·메디컬 분야와 인공지능이 융합되는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가 펼쳐졌고, 수많은 의사들, 병원 관계자들, 바이오 학계 인사들, 투자자들과 활발한 네트워킹을 하며 매 순간 나를 자극하고 즐겁게 하는 경험들을 하고 있다.
넷째, 사람이 전부다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혼자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대기업에서의 업무도 창업도 또한 연구도 팀 스포츠다.
가우스랩스에서 나는 동료들과 함께 비전을 만들었다. 에루디오바이오에서 나는 스탠포드, 하버드, 아날로그디바이스의 파트너들과 협력한다. 에루디오바이오코리아에서 나는 분당서울대병원, 대구계명대 동산병원, KAIST의 나노팹, 한국생명공학연구소, 룰루메딕 등의 다양한 사업 파트너들과 협력한다. K-PAI에서 나는 수백 명의 커뮤니티 멤버들과 함께 생태계를 만든다. 동료를 신뢰하고, 파트너를 존중하고, 고객을 이해하는 것—이것이 성공의 핵심이다. 그리고 이것은 단순히 비즈니스 전략이 아니다. 이것은 삶의 방식이다. 사람과의 관계, 커뮤니티, 신뢰—이것들이 내 모든 활동의 중심에 있다.
다섯째, 더 큰 목적을 찾아라
나의 궁극적 목표는 단순히 성공적인 회사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내 인생의 목표는 건강, 안전, 자유, 평등을 통해 인류가 번영하는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에루디오바이오를 시작한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나는 AI 기술로 암을 조기 진단하고, 더 많은 생명을 구하고 싶다. 특히 의료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저소득 국가의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 그래서 게이츠 재단의 지원을 받아 이 목표를 실현하고 있다. K-PAI를 만든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AI 기술이 소수의 전문가나 대기업에만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접근하고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지식을 공유하고, 사람들을 연결하고, 커뮤니티를 만든다.
여러분의 재능을 어디에 쓸 것인가? 여러분의 일이 세상을 어떻게 더 나은 곳으로 만들 것인가—이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마치며 - 순탄하지 않았지만 의미 있는 여정
나의 여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각각의 선택은 불확실성으로 가득했다. 반도체에서 전자상거래로, 산업 AI로, 그리고 바이오테크로. 하지만 돌이켜보면 이 모든 과정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다. 각 경험은 다음 도전을 위한 준비였다. 삼성에서 배운 제조업 지식이 가우스랩스로, 아마존에서 익힌 AI 기술이 에루디오바이오로, 가우스랩스에서 얻은 창업 경험이 K-PAI로 이어졌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나는 지금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게이츠 재단의 지원을 받아 인류에게 보다 나은 삶의 질을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K-PAI를 통해 수백 명의 사람들과 지식과 기회를 나누고 한 해에 50여 회의 강연과 자문을 통해 내 경험을 동시대인들과 그리고 다음 세대와 공유한다.
이것이 바로 내가 원했던 삶이다. 나도 몰랐던, 그러나 내가 원했던 바로 그 삶이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깨닫는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며, 무엇보다 이 과정 자체를 즐기는 한, 내게 실패란 없다는 것을. 성공이란 어떤 도착점에 이르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 사고로 이웃을 생각하고 보편적 인류애를 품으며 끊임없이 노력하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이라는 것을. 따라서 나는 지금 이 순간도 성공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당신에게도, 우리 모두에게도 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