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 vs 시장 검증”… 한미 스타트업 생태계의 서로 다른 길
posted: 05-Mar-2026 & updated: 05-Mar-2026
“한미 양국 생태계의 상호보완적 가치”… 에루디바이오 윤성희 대표가 본 글로벌 창업 전략
“한국과 미국 양쪽에서 사업을 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각각 고유한 강점이 있어서 하나만 선택하면 기회를 절반만 활용하는 셈이죠.”
윤성희 에루디바이오 대표가 미국 본사와 한국 법인을 동시에 운영하는 이유다. 스탠퍼드 대학에서 컨벡스 최적화 이론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에서 12년간 최적화 및 인공지능 시스템을 개발하고, 아마존에서 다양한 AI 프로젝트를 이끌었으며, SK하이닉스 부사장을 거쳐 가우스랩스 CTO를 지낸 후 현재 에루디바이오를 창업한 그는 지난 6년간 직접 사업을 경험하며 양국의 주요 벤처캐피털, 학계, 정부 관계자들과 광범위한 네트워킹을 구축했다.
특히 그는 서울대학교, KAIST, POSTECH,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서강대, DGIST 등 국내 주요 대학과 KIST, 한국파스퇴르연구소 등 연구기관에서 백여 차례 강연을 진행했으며, 실리콘밸리에서는 유대계 투자자들과 톱티어 VC들과의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K-PAI(Silicon Valley Privacy-Preserving AI Forum)를 이끌며 한국과 미국의 AI 생태계를 연결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제가 다행히 양쪽 모두에서 깊은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고 봅니다. 우선 삼성, 아마존, SK하이닉스에서의 다양한 산업 경험과 스탠퍼드 박사 학위, 그리고 5500만 달러 시드 펀딩을 받은 가우스랩스를 창업하고 CTO로서 C-level 경험을 한 것까지, 이런 배경들이 기본적인 신뢰성을 제공했어요.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호기심과 믿음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소통하게 되었고요. 제 성격 자체가 외향적이고 사람을 좋아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즐기거든요. 그렇게 직접 창업가, 투자자, 학자, 정부 관계자들과 대화하면서 얻은 다각도의 시각을 바탕으로 한 관점들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짧게는 지난 6년간, 길게는 10년 이상 이 업계를 지켜보면서 느낀 것들을 가감없이 공유하겠습니다.”
미국의 강점 - 스케일과 리스크 테이킹 문화
“실리콘밸리의 가장 큰 장점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입니다. 투자자들이 10개 중 1개만 성공해도 된다는 마인드로 접근하죠. 특히 유대계 투자자들과 실리콘밸리 톱티어 VC들은 기술의 잠재력을 보고 과감하게 베팅합니다.”
윤 대표는 실리콘밸리에서 직접 경험한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어떤 바이오 스타트업이 초기 단계에서 기술적 타당성만 입증했을 뿐인데도 시리즈 A에서 2000만 달러를 조달하는 것을 봤어요. 한국이었다면 최소한 프로토타입이나 파일럿 데이터가 있어야 했을 텐데, 미국에서는 “투자자를 사로잡는 비전”과 강력한 팀만으로도 투자를 받더군요.”
규모의 경제와 자본시장의 깊이
미국 시장의 규모적 이점은 단순히 인구수를 넘어선다. “바이오테크 같은 경우 FDA 승인을 받으면 즉시 3억 명 시장에 접근할 수 있어요.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미국 환자들의 지불 능력과 보험 체계입니다. 암 치료제 하나가 연간 10만-20만 달러에 팔리는 시장이죠.”
자본시장의 깊이도 비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나스닥에 상장된 바이오 기업만 600개가 넘어요. 수천억 달러 규모의 기업들이 즐비하고, 연기금이나 뮤추얼 펀드 같은 기관투자자들의 자금 규모가 어마어마합니다.”
네트워킹의 중요성과 진입 장벽
하지만 진입 장벽도 만만치 않다. “미국에서는 기술력, 시장 적합성, 창업팀의 역량과 케미, 장기 비전과 실행력 등 모든 요소가 갖춰져야 하는데, 그 중에서도 올바른 사람들과의 네트워킹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처음에는 한국에서의 성과만으로 미국에서도 쉽게 인정받을 줄 알았어요.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삼성에서 아무리 큰 프로젝트를 했어도, 아마존에서 수백만 달러 매출을 올렸어도, 실리콘밸리에서는 ‘그래서 뭐?’라는 반응이었죠. 스탠퍼드 박사 학위와 이전 경력들이 결합되어서야 비로소 문이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그가 참여하는 여러 스탠퍼드 동문 네트워킹 그룹과 실리콘밸리 바이오 커뮤니티에서의 활동이 에루디바이오의 초기 투자 유치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who you know’가 정말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되고, ‘what you deliver’가 뒷받침되어야 하죠. 결국 실력과 네트워킹이 모두 필요한 곳입니다.”
한국의 강점 - 제조 생태계, 정부 지원, 그리고 독특한 테스트베드
제조업 DNA의 힘
한국의 장점으로는 제조업 기반의 프로토타이핑 능력을 첫째로 꼽았다. “특히 반도체, 디스플레이, 바이오 장비 같은 하드웨어 분야에서는 삼성, LG, SK 같은 대기업의 제조 인프라와 협력업체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어서 물리적 제품 개발이 빠릅니다.”
실리콘밸리도 소프트웨어에서는 무섭게 빠르다고 인정했다. “테슬라나 SpaceX 같은 회사들의 실행 속도는 정말 놀랍습니다. 하지만 바이오 디바이스나 반도체 기반 제품은 한국의 제조 생태계가 분명한 유리함을 가지고 있어요. 특히 정밀도와 품질 관리 면에서는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이죠.”
정부 지원의 양면성
정부의 체계적인 R&D 지원을 차별점으로 언급했다. “과기정통부의 창업도약패키지, 보건복지부의 첨단의료기술개발사업, 중기부의 TIPS 프로그램 등 단계별 지원 시스템이 잘 설계되어 있어요. 미국은 NIH나 NSF 지원을 받기가 굉장히 까다롭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반면, 한국은 정부 차원에서 스타트업을 적극 육성하려는 의지가 강합니다.”
하지만 이런 지원이 항상 긍정적이지만은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 지원의 장점은 분명하지만, 때로는 시장 검증을 받지 않은 채로 버틸 수 있게 해주는 부작용도 있어요. 실제 고객이 돈을 내고 살 만한 제품인지, 진짜 시장 수요가 있는지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도 몇 년간 버틸 수 있거든요.”
한국만의 독특한 테스트베드 가치
무엇보다 한국은 ‘테스트베드’로서의 독특한 가치가 크다고 평가했다. “분당서울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같은 우수한 의료기관과의 협력이 가능하고, 환자 데이터 수집이나 임상시험 진행이 상대적으로 용이해요. 한국의 의료진들은 새로운 기술에 대한 개방성도 높은 편이고, 연구에 대한 열정도 대단합니다.”
특히 한국의 빠른 의사결정 구조를 장점으로 꼽았다. “미국에서는 한 병원과 협력 계약을 맺는 데 6개월에서 1년이 걸려요. 법무팀, 윤리위원회, 각 부서별 승인 절차가 복잡하거든요. 한국에서는 핵심 의료진과 합의가 되면 2-3개월 만에 IRB 승인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투자 생태계의 명암 - ‘눈 먼 돈’ vs 매서운 심사
미국 VC들의 냉혹한 현실주의
양국 투자 생태계의 가장 큰 차이는 심사 기준의 엄격함이다. “미국 VC들은 정말 매서운 눈으로 회사를 평가합니다. 자신들에게 실질적인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를 냉정하게 판단하죠. 투자받기는 어렵지만, 그 과정에서 스타트업들도 더 치밀하게 준비하게 되고 실패하면 무엇을 보완해야 할지 명확해집니다.”
그는 실제 투자 미팅 경험을 공유했다. “어떤 유명 VC와 미팅할 때, 45분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했는데 15분 만에 ‘이 기술로 언제 FDA 승인을 받을 것이고, 시장 점유율을 얼마나 가져갈 것이며, Exit은 언제 할 것인가?’라고 직격탄을 날리더군요. 감정적 접근이나 에둘러 말하는 것은 통하지 않아요. 철저히 숫자와 데이터로만 대화합니다.”
반면 성공하는 스타트업들에 대한 보상은 파격적이다. “시리즈 A에서 5000만 달러, B에서 1억 달러를 투자받는 것이 드물지 않아요. 성공 사례로는 어떤 바이오 AI 스타트업이 창립 5년 만에 IPO로 10억 달러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경우도 봤습니다. 이런 성공 스토리가 생태계 전체의 선순환을 만들어내죠.”
한국 정부 지원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
반면 한국의 정부 지원 시스템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보조금 심사에서 실제 기업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가진 심사위원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요. 대학 교수나 연구기관 연구원들이 심사위원을 맡는 경우가 많은데, 상업화 경험이 없다 보니 기술의 시장성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제대로 평가하기 어려워요.”
그 결과 소위 ‘눈 먼 돈’이 지급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기술적으로는 흥미로워도 시장성이 전혀 없는 프로젝트나, 팀의 실행 역량이 부족한데도 좋은 아이디어라는 이유로 지원을 받는 경우들을 많이 봤어요. 반대로 정말 잠재력 있는 팀이 심사위원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기술을 가졌다는 이유로 탈락하는 경우도 있고요.”
우려스러운 ‘회사 놀이’ 현상
그는 한국에서 목격한 우려스러운 사례들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강남이나 판교에 좋은 사무실을 빌리고, 높은 연봉으로 직원들을 뽑아 놓고, 정부 지원금으로 이른바 ‘회사 놀이’를 하는 케이스들을 적지 않게 봤습니다. 2-3년간 지원금을 받으면서 실질적인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자금만 소모하다가 조용히 사라지는 거죠.”
이런 현상의 배경을 분석했다. “정부 지원금은 상환할 필요가 없으니 창업가들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낮아요. 실패해도 개인적인 손실이 크지 않으니 절박함이 떨어집니다. 반면 VC 투자를 받으면 투자자들이 지속적으로 성과를 압박하고, 실패 시 창업가의 평판에도 타격이 크죠. 이런 차이가 태도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 같아요.”
이는 도덕적 해이 문제로까지 이어진다고 우려를 표했다. “진짜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려는 창업가들보다는 정부 과제 수주에 능숙한 ‘과제왕’들이 더 많은 지원을 받는 현상도 있어요. 이는 건전한 창업 생태계 형성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예산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창업가들은 시장에서 통하는 진짜 경쟁력을 기르는 대신 정부 지원에만 의존하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생기는 측면이 없지 않다고 진단했다. “물론 모든 기업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런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는 나라 돈은 낭비되고 기업들의 실질적 경쟁력은 오히려 떨어지면서 도덕적 해이까지 만연하게 되어 결국 국가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투자 철학의 차이 - 단기 실적 vs 장기 비전
한국 투자자들의 성급함
투자자들의 사고방식에서도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한국 투자자들은 상당수가 단기 실적에 스트레스를 받는 경향이 있어요. 6개월마다 매출 성장률을 묻고, 1년 안에 흑자 전환 계획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바이오처럼 개발 기간이 긴 분야에서는 이런 접근이 독이 될 수 있어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어떤 한국 VC에서 ‘내년에 매출이 얼마나 나올 것이냐’고 묻길래 ‘저희는 아직 R&D 단계라 2년 후에나 첫 매출이 나올 예정’이라고 답했더니, ‘그럼 투자가 어렵다’는 반응이었어요. 하지만 같은 상황을 미국 VC에 설명했을 때는 ‘그 2년 동안 어떤 마일스톤을 달성할 것이냐’를 묻더군요. 접근 방식 자체가 달라요.”
미국의 장기적 관점과 포트폴리오 전략
반면 미국 VC들은 최소 10년을 내다보고 투자한다. 미국 투자자들의 장기적 관점에 대해서는 이렇게 설명했다. “미국 VC들이 자선사업을 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더 큰 수익을 위해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거죠.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욕심이 더 영리한 투자로 이어집니다.”
미국 VC들의 포트폴리오 전략을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한 펀드에서 30-40개 회사에 투자해서 그 중 1-2개가 대박이 나면 전체 수익을 만회하는 구조예요. 그러니 개별 회사의 단기 실적보다는 ‘이 회사가 10배, 100배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가?’를 봅니다. 이런 관점에서는 혁신적인 기술과 뛰어난 팀이 더 중요하죠.”
전문성의 격차
솔직한 평가도 덧붙였다. “한국 투자 생태계를 보면서 아직 아마추어적인 면이 많다고 느낍니다. 물론 최근 몇 년간 많이 발전했고, 훌륭한 VC들도 늘어나고 있지만, 글로벌 톱티어 수준과는 여전히 차이가 있어요.”
특히 섹터별 전문성 부족을 지적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바이오 전문 VC, 반도체 전문 VC, AI 전문 VC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깊은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있어요. 투자 결정뿐만 아니라 포트폴리오 회사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수준이죠. 한국은 아직 그런 섹터별 전문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요.”
문화적 차이와 비즈니스 접근법
관계 중심 vs 거래 중심
“한국은 관계 중심 문화라 한번 신뢰를 쌓으면 매우 깊은 협력이 가능해요. 병원과의 협업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초기 문턱이 높죠. 미국은 더 트랜잭셔널(transaction-based)하지만, 즉 개별 거래나 성과 중심으로 접근하지만, 오픈 마인드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릅니다.”
구체적인 비교를 통해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병원 과장급과 한 번 관계를 맺으면 그분이 부장이 되고 원장이 될 때까지 지속적인 협력이 가능해요. 하지만 그 관계를 맺기까지는 여러 번의 만남과 신뢰 구축 과정이 필요합니다. 미국은 첫 미팅에서도 비즈니스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바로 파일럿 프로젝트를 시작하자고 제안해요. 대신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바로 중단하죠.”
의사결정 프로세스의 차이
의사결정 방식에서도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위계질서가 명확해서 결정권자와 합의가 되면 실행이 빠릅니다. 하지만 그 결정권자에게 접근하기까지의 과정이 복잡해요. 미국은 더 수평적이라 여러 사람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길지만, 일단 결정되면 전체 조직이 빠르게 움직입니다.”
글로벌화 전략의 차이
글로벌 진출 전략에서도 차이를 보인다고 했다. “미국 스타트업들은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시작해요. 제품 개발부터 마케팅, 영업까지 모든 것을 글로벌 스탠더드로 설계합니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내수 시장부터 검증한 다음 해외로 나가는 패턴이 많죠.”
이런 차이의 배경을 분석했다. “미국은 국내 시장이 곧 글로벌 시장이에요. 영어권이고, 미국에서 성공하면 유럽이나 다른 영어권 국가로의 확장이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언어적, 문화적 차이로 인해 해외 진출의 허들이 높아요. 그러니 내수 시장에서 먼저 검증받는 것이 자연스러운 선택이 되는 거죠.”
한계 인정하되 건설적 대안 모색
실리콘밸리 모델의 특수성
윤 대표는 한국이 미국 모델을 무작정 따라할 수는 없다고 인정했다. “실리콘밸리의 엄청난 자본력과 생태계를 그대로 복제할 수 있는 나라는 이 세상에 없습니다. 중국 정도가 예외겠지만, 그들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독특한 결합으로 민주적 가치와는 다른 길을 가고 있죠.”
실리콘밸리의 독특한 조건들을 분석했다. “스탠퍼드, 버클리 같은 세계 최고 대학들, 수십 년간 축적된 기업가 정신,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인재들, 무엇보다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적 분위기까지. 이런 모든 것들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생태계를 하루아침에 복제하기는 불가능해요.”
정부 역할의 재정의
그럼에도 정부 역할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국가가 손을 놓으라는 게 아닙니다. 다만 지원 방식의 정교함이 필요해요. 정말 가능성 있는 기업을 가려낼 수 있는 전문적인 심사 체계를 구축하고, 지원받은 기업들이 실질적 성과를 내도록 하는 후속 관리가 중요합니다.”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심사위원단에 실제 창업 경험이 있는 사람들, 해외 투자 경험이 풍부한 VC들, 해당 분야의 상업화 전문가들을 포함시켜야 해요. 또한 지원 후에도 정기적인 마일스톤 점검과 성과 평가를 통해 지속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또한 민간 투자와의 연계를 강조했다. “정부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일정 비율의 민간 매칭 투자를 받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그러면 VC들의 엄격한 심사를 한 번 더 거치게 되니까 자연스럽게 수준이 높아질 겁니다.”
양쪽 장점 결합한 ‘하이브리드 전략’
에루디바이오의 실전 사례
윤 대표가 제시한 해법은 두 시장의 장점을 결합한 전략이다. “한국에서 기술을 빠르게 개발하고 검증한 다음, 미국에서 스케일업하는 모델이 이상적입니다. 에루디바이오도 한국에서 임상 데이터를 확보하고 미국 FDA 승인으로 연결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어요.”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공개했다. “2025년부터 분당서울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과 임상 연구를 시작했고, 2027년에는 한국에서 MFDS 허가를 받을 예정입니다.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2028년에는 미국 FDA에 510(k) 신청을 할 계획이에요. 한국에서의 성공이 미국 진출의 디딤돌 역할을 하는 거죠.”
VSA 기술과 연계된 혁신적 신약개발 플랫폼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 본사에서는 게이츠 재단으로부터 100만 달러 지원을 받아 BioTCAD라는 분자 동역학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어요. 이는 AI를 활용해 훨씬 더 효율적이고 빠르며 효과적인 신약 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차별화된 기술입니다.”
그는 최근 화제가 된 AlphaFold 3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2024년 데미스 하사비스가 화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받았어요. 구글 딥마인드가 3월에 발표한 AlphaFold 3가 세상의 거의 모든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했거든요. 화학자가 아닌 사람이 화학 노벨상을 받는다는 것은 정말 예외적인 일인데, 노벨상 위원회도 이 기술이 각종 암, 알츠하이머 등의 치료제 개발에 직접적인 기여를 할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한 거죠.”
단백질 구조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설명을 이어갔다. “결국 약물은 체내에서 표적 단백질과 분자 수준에서 상호작용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3차원 구조를 아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합니다. 하지만 궁극적 목표는 약물이 표적 단백질과 ‘실시간으로 분자 수준에서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에요. 바로 이것이 저희 BioTCAD가 하는 일입니다.”
에루디바이오의 기술적 차별점을 강조했다. “분자 동역학 시뮬레이션을 통해 제약회사들이 신약 개발에 들이는 천문학적 비용을 대폭 절약할 수 있어요. 하지만 단순한 비용 절약을 넘어서 신약 개발 과정 자체를 획기적으로 가속화할 수 있습니다. 이는 각종 암, 알츠하이머, 치매 등 인류의 고통을 해결하는 데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죠.”
특히 VSA 기술과의 시너지 효과를 중요하게 언급했다. “미국, 캐나다, 중국, 유럽 등에서 21개의 특허를 보유한 기술인 저희의 VSA가 핵심 역할을 합니다. 다른 회사들이 갖지 못한 차별화된 방법으로 분자 동역학 시뮬레이션 시스템의 정확도와 성능을 검증할 수 있거든요. VSA와 BioTCAD는 별개의 사업이 아니라, 인류의 건강한 미래를 향한 하나의 비전 아래 서로를 강화시키며 혁신을 가속화하는 통합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인재 확보 전략
인재 확보에서도 하이브리드 전략을 활용한다. “한국에서는 우수한 엔지니어링 인재를 확보하고, 미국에서는 글로벌 비즈니스 경험이 풍부한 인재들을 영입합니다. 또한 양쪽을 오가며 일하는 사람들을 통해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있어요.”
특히 한국 출신으로 실리콘밸리에서 경험을 쌓은 인재들의 가치를 강조했다. “한국의 엔지니어링 교육과 미국의 비즈니스 경험을 모두 가진 사람들이 가장 효과적이에요. 이런 분들이 양국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면서 진정한 글로벌 기업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래 비전 - 국경 없는 창업 시대
그는 “앞으로는 국경이 없는 시대가 될 것”이라며 “어느 한쪽에만 의존하지 말고 각 시장의 고유한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글로벌 스타트업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한국 창업 생태계의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한국의 제조업 인프라, 빠른 프로토타이핑 능력, 우수한 인적 자원, 그리고 특히 의료 데이터 분야에서의 구조적 우위를 바탕으로 하되, 투자 심사의 전문성을 높이고 장기적 관점에서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합니다. AI 에이전트 시대에는 데이터가 새로운 석유가 될 텐데, 한국은 이미 그 유정을 가지고 있어요. 이제 그것을 어떻게 정제해서 글로벌 시장에 내놓을 것인가가 관건입니다.”
AI 에이전트 시대, 한국이 가진 바이오 의료 데이터의 숨겨진 보물
중앙집권적 의료보험 시스템의 놀라운 장점
AI 에이전트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한국이 가진 독특한 경쟁력이 주목받고 있다. 바로 의료 데이터 분야에서의 구조적 우위다. “한국의 중앙집권적 의료보험 시스템은 유럽식 모델에 가까워요. 건강보험공단을 통해 전 국민의 의료 데이터가 통합 관리되죠. 이는 AI 에이전트가 학습하기에 최적화된 환경입니다.”
반면 미국의 의료보험 시스템은 AI 시대에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의료보험 시스템은 솔직히 말해서 재앙 수준이에요. 수십 개의 보험회사가 각기 다른 시스템을 운영하고, 병원마다 다른 EMR(전자의무기록) 시스템을 쓰고, 데이터 표준화도 제대로 안 되어 있어요. AI가 학습하기에는 너무 파편화되어 있죠.”
건강검진센터 문화가 만든 ‘정상인 데이터의 보고’
더욱 흥미로운 것은 한국만의 독특한 건강검진 문화다. “한국 사람들은 아프지 않아도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센터에 갑니다. 회사에서 의무적으로 받게 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도 1-2년마다 종합검진을 받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어요. 이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현상입니다.”
이것이 AI 에이전트 개발에 왜 중요한지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대부분 아플 때만 병원에 가요. 그러니 의료 데이터의 대부분이 ‘환자 데이터’입니다. 반면 한국은 건강한 사람들의 정상 수치 데이터가 엄청나게 많아요. AI 에이전트가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법을 학습하려면 정상 데이터가 많을수록 좋거든요.”
구체적인 데이터 규모를 제시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에는 5천만 명의 의료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고, 매년 약 2천만 명이 건강검진을 받아요. 게다가 이 데이터들이 표준화된 형태로 저장되어 있습니다. 이런 규모와 품질의 ‘정상인 데이터’를 가진 나라는 한국이 유일해요.”
AI 에이전트와 예방의학의 결합
이런 데이터 우위가 AI 에이전트 시대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전망했다. “앞으로는 AI 에이전트가 개인의 건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질병을 예측하고 예방하는 시대가 올 거예요.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상 범위’의 개인별 변이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활용 사례를 제시했다. “예를 들어 같은 혈압 130/80이라도 평소 100/60인 사람과 평소 140/90인 사람에게는 다른 의미죠. AI 에이전트가 이런 개인별 베이스라인을 정확히 파악하려면 수년간의 건강검진 데이터가 필요해요. 한국처럼 체계적으로 정상인 데이터를 축적한 나라는 이런 개인화 의료에서 엄청난 우위를 가질 수 있습니다.”
에루디바이오의 전략적 접근
에루디바이오도 이런 한국의 구조적 우위를 활용한 전략을 수립했다. “저희 VSA 기술로 수집되는 바이오마커 데이터를 한국의 건강검진 데이터와 연결하면, AI 에이전트가 개인별 암 발생 위험도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어요. 이는 미국에서는 불가능한 접근법입니다.”
또한 글로벌 확장 전략도 명확하다. “한국에서 검증된 AI 모델을 가지고 미국이나 유럽으로 진출할 때, ‘5천만 명의 데이터로 학습된 AI’라는 것 자체가 엄청난 경쟁력이 될 거예요. 특히 예방의학 분야에서는 한국이 글로벌 표준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